
소정
작가의 대표 글
굿엔딩 주식회사-하린이 그 포스터를 처음 본 것은 병원 복도였다.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3개월뿐이라는 말을 의사에게 전해 듣고 다시 본 병원 게시판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태어난 곳은 정할 수 없었지만, 죽은 곳을 고를 수 있습니다.] 라는 꽤 자극적인 광고 멘트였다. 굿엔딩 주식회사라는 티브이나 라디오에서 한번쯤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이름 아래에는 잔잔한 파도와 조그마한 오두막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조금 특이한 장례식장 광고라 생각했지만 그 문장은 그녀의 마음 속 꽤 오랫동안 남을 듯 했다.하린이 병원을 떠난건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여전히 몸은 무거웠고 약기운 때문인지 정신은 몽롱했지만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사방이 하얀 병실 안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오랜만에 자신을 반겨주는 생경한 방의 풍경에 의미없이 티브이를 돌려보다 며칠 전 병원 복도에서 본 문장이 티브이 광고에서 반짝였다. 홀린듯 검색창에 굿엔딩 주식회사를 검색한 하린은 두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선 평범한 장례식장 광고는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정말 회사 이름 그대로 한 사람의 좋은 끝을 위해 생긴 회사라는 것.‘당신의 이상적 죽음을 실현해드립니다’이 무슨 말도 안되는 문장이라고 이성이 외치는 것 같았지만 몸이 먼저 움직여 상담예약까지 마친 하린이였다.굿엔딩 주식회사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7층의 회색빛 건물에 정문 앞에는 국화 한송이가 걸려있었다. 내부는 병원보다 깨끗하고 접수대에는 정장을 입은 직원이 앉아있었다. 아, 이상하리만치 창백하긴 했지만. 하린을 맞이한 상담사는 또래처럼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이름표에는 희승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면담은 그리 길지 않았다. 회사는 정말로 고객의 이상적인 죽음을 설계해주는 곳이었다. 희승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맞춤형 장소와 시간을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장례절차까지 미리 준비해준다 했다. 또래, 혹은 더 어려보이는 희승의 외모와는 달리 나긋나긋하고 성숙한 태도는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죽음을 어느정도 받아들였다고 생각한 하린이었지만 막상 자신의 죽음이 한장짜리 종이로 정리된 계약서에 서명하려니 떨리는 손을 숨길 수 없었다.“그날이 오면 모든게 준비될 거에요.“희승의 말투는 마치 이미 그날을 경혐 해본것처럼 담담했다.죽을 시간:첫눈이 내리는 날 오후죽을 장소:파도가 치는 따듯한 오두막엔딩 담당자:김희승이것이 그녀의 죽음이 정리된 종이 한장이었다.그날 상담실을 나선 뒤부터 하린의 시간은 묘하게 변했다. 계약서 한 장을 손에 쥐고 건물을 나서는 순간, 그녀의 걸음은 마치 정해지지 않은 결승점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처럼 가벼웠다. 며칠 뒤, 굿엔딩 주식회사로부터 작은 상자 하나가 도착했다. 상자 안에는 ‘엔딩 가이드’라 적힌 얇은 안내서와 펜화가 인쇄된 종이 카드가 들어 있었다. 가장 위에 얹힌 하얀 봉투에는 희승을 간결한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하린씨의 마지막이 편안하도록, 저희가 함께 준비하겠습니다.]
소정 작가의 말
소정 작가의 말안녕하세요. 소정 작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