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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고유

title<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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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대표 글

1화세계삑-삑-삑-삑-삑-일정한 속도로 비밀번호를 누른다.“다녀왔습니다.”다녀왔다는 인사를 하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불이 꺼져있는 집은 고요하다.가방을 멘 채 느린 걸음으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방문을 연다.우리 집에는 방마다 작은 붙박이장이 있다.아마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붙박이장 안은 어두운 집안보다 더 어둡고 물건이나 옷들이 빼곡하게 들어있다.고요한 집안에 닫혀있는 문을 여는 건 두근대는 일이지만 하나씩 문을 열고 문 뒤쪽까지 살펴봐야 안심이 된다.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문을 여는 마음은 매번 긴장된다.손에 약간 땀이 나면서 두려운 마음이 들지만 닫혀있는 문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이건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조용한 일상이다.집에 돌아온 내가 평화롭게 지내기 위한 의식.별 것 아니지만 긴장되는 그 의식을 모두 마치면 안심이 되면서도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져 가방과 겉옷, 양말을 현관 쪽에 툭툭 벗어두고 거실에 있는 소파에 눕는다.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는 오래된 검정 소파는 군데군데 까지고 갈라졌지만 꽤 쓸만하다.처음 누울 때는 조금 서늘해도 누워있다 보면 체온으로 따뜻하게 데워진다.누워서는 텔레비전 리모컨을 붙잡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댄다.지루하다.무슨 채널을 봐도 재미는 없지만 그냥 틀어놓고 소파에서 뒹굴거린다....“현수야, 일어나. 밥 먹자.”소파에 누워있다가 잠드는 것도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이다.엄마가 돌아온 집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잠기운에 짜증스러운 기분이 들지만 지금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엄마는 또 한참 뒤에나 깨울 것이 분명하다.그건 싫다.잠이 덜 깬 몸을 억지로 일으켜 엄마가 앉아있는 맞은편 식탁에 앉는다.그새 잠이 좀 깬 건지 허기가 약간 느껴진다.“엄마가 늦게 와서 반찬이 별로 없어. 미안해.”엄마는 반찬을 할 생각도 없으면서 매일 아침, 저녁 반찬이 없다는 말을 한다.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진심인 걸 안다.엄마는 바쁘니까.그런 건 얘기하지 않아도 안다.계란 반찬 하나, 국 하나, 김 하나, 밥, 가끔 김치나 나물 같은 내가 안 먹을 반찬.그 정도가 우리 집 반찬의 전부다.어느 날은 국이 없을 때도 있고 계란 반찬이 없을 때도 있고.엄마가 특히 늦었거나 미리 잡혀진 일정이 있는 날은 미리 햄이나 돈가스 같은 것도 해준다.아무래도 상관없다.배만 부르면 그만이지.밥을 먹고 나면 깜깜한 밤이 된다.그러면 어느새 또 잘 시간이다.학교 숙제는 엄마에게 비밀로 한다.내일 학교에 일찍 가서 할 거니까.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엄마는 내 숙제에 딱히 관심이 있지도 않으니까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잠을 자려고 누워서는 눈만 감고 있다.하지만 눈을 감으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계속

고유 작가의 말

고유 작가의 말안녕하세요 고유 작가입니다.존재만으로 반짝이는, 우리의 고유함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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