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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대표 글
청춘 소실 이론-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오래 생각한 적이 있어.꼭 계절이 아니더라도. 사랑이라든가. 마음이라든가.한때는 전부였던 다짐 같은 것들 말이야.처음에는 몰랐어.빛이 오래 머물면 영원할 수 있을 줄 알았지.손을 잡고 있으면 서로의 체온이 증거가 될 줄 알았어.하지만 체온은 생각보다 빨리 식고 우리는 그걸 날씨 탓으로 돌리곤 했어.이곳에서는 마음을 붙잡는 일이 쉽지 않아.다 타버린 자리에서 재가 아직 따뜻하다고 믿는 일은 조금 우스운 고집이야.그래도 사람들은 끝내 그 고집을 버리지 못해.사라질 걸 알면서도 자꾸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씌워.마치 그것이 멸망을 늦출 수 있는 주문이라도 되는 것마냥.누군가 내게 말하더라.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순서라고.하지만 순서가 있다는 말은 어쩐지 위로가 되지 않았어.순서대로 잃어간다고 해서 덜 아픈 건 아니니까.우리는 눈을 감으면 더 빨리 닿을 수 있을 것처럼어둠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서도막상 완전히 꺼질까 봐 끝까지 눈을 뜨고 있었어.그게 우리의 모순이었어.빛을 원하면서도 빛이 사라질 순간을 기다리는 것.마음이 가장 뜨거웠던 날들을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소리가 거의 없어.환호도, 웃음도.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고그저 멀리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만 희미하게 남아 있어.아마 그게 우리가 믿었던 것들의 금 가는 소리였겠지.사랑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믿었는데 돌이켜보면우리를 더 얇게 만들었던 것 같아.빛을 더 잘 통과시키는 얇은 유리처럼.그래서 조금만 부딪혀도 쉽게 금이 가고 아름답게 반짝이다가조용히 산산이 흩어졌어.우리는 늘 사라질 것을 사랑했고사라진 뒤에도 그 자리를 서성였지.그리고 그 서성임 속에서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어.
Author's Note
백온 작가의 말
백온 작가의 말안녕하세요. 백온입니다.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순간을 지나칩니다. 어떤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어떤 감정은 오래도록 우리 안에 남아 조금씩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갑니다.저는 오래도록 한 가지 질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상처 때문에 변하는 걸까, 아니면 그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걸까.청춘의 우리는 아직 굳지 않은 흙과도 같습니다. 누군가의 다정함 하나에도, 무심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모양이 바뀌곤 합니다. 그래서 그 시절의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부가 되어 남습니다.이 책은 그 흔적들을 따라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쓴 문장들입니다.부디 이 책을 덮는 순간에는, 당신도 자신의 지난날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상처를 증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시간을 지나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온 사람으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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