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만루
작가의 대표 글
ADHD 로맨스-“의자에 엉덩이 끝까지 붙이고, 다리는 잘 모으고.주먹은 가볍게 말아 쥐어서 허벅지 위에 나란히 올려놓고, 시선은 정면.그렇지. 잘했어. 이제 이대로 1부터 100까지 가만히 세고 있으면엄마가 카스테라 사다 줄게!”당시 아는 숫자가 1부터 50까지였던 나는 엄마에게 100까지 셀 줄 모른다고울먹였지만, 엄마는 그런 내게 50을 두 번 세면 100이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 우리가 이미 겪어봐서 알다시피 인간의 일들은 숫자처럼딱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1......2......3......’기억건대, 내가 열을 세기도 전부터 내 허벅지는 모세가 보았던 홍해처럼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고, 내 방 벽에 걸려있던 그림에서 나비가 원래세 마리였나 싶은 의구심이 짙어졌으며, 갑자기 뒷머리서부터 시작된 가려움증은숨이 막힐 정도로 심해졌다. 결국 열두 살의 나는 무너진 댐처럼 자제력을 잃고십여 초 동안 어렵게 참아온 충동성을 모조리 터뜨렸다.엄마는 약속대로 흰 우유 한 잔과 카스테라를 가지고 방에 들어왔으나나는 우유도 카스테라도 먹지 못했다. 엄마는 내가 희귀한 병에라도 걸린 것처럼얼굴에 우환을 두껍게 바른 채로 나를 아동 정신의학과로 데려갔다.“아드님께서는 전형적인 ADHD입니다. 물론 이 나이대의 아이들에게쉽게 나타나는 증상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만......”병원이지만 피 냄새가 나지 않고, 소독약 냄새는 더더욱 나지 않는 그곳에서의사가 어떤 단어로 문장을 맺었는지 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엄마는 그날 뒤로 내가 군대에 입대하기 직전까지 가냘픈 아귀힘으로내 머리를 주물럭거렸고, 평일, 공휴일, 대체휴일 할 것 없이 아침이면녹황색 채소를 갈아 먹였다. 늘 이런 말과 함께.“준석아, 이걸 먹어야 머리에 피가 쌩쌩 잘 돌아가지. 사람은 머리에 피가 잘 돌아야집중력도 좋아지고, 공부도 잘해서 이 담에 큰 사람이 될 수 있어.”엄마가 입이 닳도록 내게 설명했던 큰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었을까.성인이 된 지금, 나는 큰 사람일까.물론 과정이 쉬웠다는 말은 전혀 아니지만, 나는 엄마의 걱정과 달리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은 아니어도 제때 취직에 성공하며남들처럼 정상인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고 있다.
박만루 작가의 말
박만루 작가의 말안녕하세요. 박만루 작가입니다.
